그리움... 옥주 혹은 나의 이야기(조유진)
윤단비<남매의 여름밤> (2020)
살던 곳이 재개발되어 집을 떠난 옥주네 가족은 할아버지 집으로 들어가게 된다. 아빠와 남동생 동주, 그리고 부부 싸움으로 친정집으로 온 고모까지... 이렇게 3대 가족이 모이게 된다. 옥주와 동주 남매도, 아빠와 고모 남매도 모두들 서로를 걱정하고 보살피지만 2층 방을 누가 쓸 것이냐는 사소한 문제로 싸우는 어린 남매도, 상속에 대한 지저분한 어른 남매의 감정 상암도 한 여름의 일상 속에서 펼쳐진다. 이런 와중에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장례를 마치고 다시 할아버지 집으로 돌아온 옥주는 할아버지에 대한 그리움 때문인지 아니면 자신이 잠깐 잠든 사이 장례식장에 다녀간 엄마를 보지 못한 아쉬움 때문인지 알 수 없는 울음을 터트린다.
모두가 잠든 밤. 잠에서 깬 옥주는 거실 소파에 앉아 옛 노래를 듣고 계신 할아버지의 모습을 보게 된다. 할아버지는 할머니를 그리워하시는 걸까? 아니면 지나버린 시간을 그리워하시는 걸까? 사랑하는 가족이 떠났을 때 함께 했던 시간이 그리워지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나 또한 그랬으니 말이다.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시고 오빠와 둘만 남았을 때 울면서 가슴이 너무 시리다고 이야기했었다. 함께 했던 시간은 흘러 다시 돌이킬 수 없고 그리운 사람은 내 곁에 없다. 그 쓸쓸함이 옥주에게도 전해진 듯해서 마음이 애잔하다.
아빠와 고모가 가게집 평상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 하는 모습은 결혼하고 생활에 지쳐서 인생이 고달프다고 푸념을 늘어놓는 40대의 오빠와 나의 모습을 보는 듯 하여 코 끝이 시큰해진다. 그리움은 시시때때로 찾아오지만 현실에 부딪혀 있는 아빠와 고모에게는 좀 더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팍팍함 절실함으로 밀려오는 모습이 지금의 나를 보는 것 같아 입맛이 쓰다. 영화를 보는 내내 어디서 본 듯한.. 꿈속에서 있었던 일처럼 느껴진 건 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가 아닐까?
고모에게 엄마에 대한 꿈을 꾸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옥주는 엄마에 대한 그리움은 감출 수가 없다. 결국 혼자서 엄마를 만나고 온 동생 동주에게 투정 부리듯 화를 내고야 만다. 옥주와 동주의 싸움은 그리움에서 시작되지만 나와 오빠의 싸움은 주로 자존심 때문에 시작됐다. 내 물건 건드렸다고 오빠와 싸웠던 어린 시절의 기억은 슬프면서도 웃게 되는 지점이 된다.
2020 생활문화활성화지원사업 씨네마실_지역영화로 영화글쓰기 강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