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매의 여름밤(2020)] 가족이 숨쉬는 공간, 집(박중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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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매의 여름밤(2020)] 가족이 숨쉬는 공간, 집(박중언)

작성자 - 인디하우스

리뷰내용



가족이 숨쉬는 공간, 집(박중언)




 윤단비<남매의 여름밤> (2020) 




 

2020년 여름에 개봉한 <남매의 여름밤>은 2019년 부산국제영화제 한국 영화의 오늘_비전 부분에 초청된 윤단비 감독의 첫 번째 장편 영화다. <남매의 여름밤>은 옥주와 동주 남매가 할아버지 집으로, 그리고 아빠와 고모 남매가 아버지의 집으로 들어가면서 집이라는 공간에서 생기는 가족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영화의 시작은 재개발로 집을 떠나야 하는 옥주가 혼자 텅 빈 지하 집을 둘러보면서 시작한다. 옥주의 떠나기 싫은 마음과 아쉬움 마음이 아빠의 등장으로 인하여 영화 속 옥주의 첫 번째 집이라는 공간은 그렇게 옥주와 이별을 한다. 그리고 가족들은 아빠의 작은 다마스를 타고 새로운 집 할아버지의 공간으로 들어간다. 이삿짐이라고 하기 엔 다소 소박한 짐들을 싣고 소시민의 발인 다마스 힘겹게 도로를 달린다. 그리고 타이틀 <남매의 여름밤>이 뜨고 사라진다.


두 번째 공간인 할아버지의 집에 아무렇지 않게 들어가는 동주와 달리 옥주에겐 더운 여름날의 공기처럼 모든 게 낯설고 답답하다. 할아버지 집으로 왔지만 아빠는 할아버지의 허락을 받지도 않았고 잠시 머물다 간다는 말만 한다. 할아버지의 집은 오래된 2층짜리 구옥으로 옥주는 2층을 자기 방으로 찜한다. 누나와 함께 자길 원하는 동생 동주를 내 쫓고, 자연스럽게 1층엔 할아버지 아빠 동주가 생활하는 남자의 공간, 2층엔 옥주가 생활하는 여자의 공간으로 나뉜다. 1층은 남자의 공간, 2층은 여자의 공간으로 볼 수 있는 또 다른 이유는 2층 거실에 돌아가신 할머니가 사용했을 법한 오래된 재봉틀(여자의 취미 생활 및 소일거리)이 놓여 있고, 1층 거실엔 할아버지의 전축(남자의 취미 생활)으로 김추자의 노래 <미련>을 즐겨 듣는 장면이 나오면서 공간은 남자의 공간과 여자의 공간으로 나뉜다.


다음날 고모가 아빠의(옥주에겐 할아버지) 집으로 들어오면서 옥주는 2층 공간을 함께 사용하자고 말을 한다. 영화 속에서 남자(아빠, 동생, 할아버지)는 2층의 공간으로 들어가려고 하고, 여자들은 1층의 공간으로 들어가려고 한다. 이런 행위들은 따로 떨어져 살던 가족들이 다시 모여 소통을 시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동생 동주는 누나와 고모가 2층 베란다에서 빨래를 널 때 텃밭 정원의 호수를 이용해 2층으로 물을 뿌리는 행위와 옥주는 고모가 집 문 앞에서 남편과 싸우고 있을 때 거실로 나온 할아버지를 방으로 들어가게 하면서 이불을 덮어주는 행위, 그리고 남편과 싸운 고모를 위로하기 위해 고모가 있는 2층 베란다로 들어오는 아빠.


이렇게 가족이 2층으로 분리된 공간이 아닌 하나의 공간에 살고 생활하게 되지만 영화 중반에선 다시 둘로 나뉘게 된다. 아빠에게 쌍꺼풀 수술비를 빌려 보려 하지만 핀잔만 듣게 된 옥주는 자신의 2층 방으로 들어가는데 동생의 코끼리 베개가 문에 걸리자 뻥 차버리듯. 엄마를 만난 동생이 들고 온 선물을 자랑하자 선물을 내던지고 동생을 밀친다. 그리고 다시 고모가 만든 국수를 동생 동주가 누나가 있는 2층 공간. 할머니가 사용한 재봉틀에서 국수를 함께 먹는 행위. 1층에서 할아버지가 듣고 있는 김추자의 <미련>이라는 노랫소리가 옥주가 있는 2층 방으로 들어와 옥주가 할아버지가 있는 1층의 계단을 내려가다가 잠시 멈추며 계단에 앉아 음악을 함께 듣는 행위. 영화에서는 이렇게 싸우고 화해하는 행위들이 반복하면서 가족들이 다시 하나가 된다.

 

그러나 영화는 할아버지의 죽음으로 다시 둘로 나뉘게 된다. 할아버지의 장례식이 끝나고 고모는 고모부가 있는 자신의 집으로 들어갔는지 보이지 않고, 아빠, 옥주, 동주만이 할아버지의 집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저녁을 먹다 울음을 터트리는 옥주가 서럽게 울고 있지만, 아빠도 동주도 옥주를 위로를 해 주지 않고 그냥 바라만 본다. 서럽게 울던 옥주는 2층 자신의 방으로 간다, 아빠와 동주는 아무 말 없이 2층으로 가는 옥주를 바라본다. 그리고 방에서 혼자 울고 있는 옥주의 모습을 끝으로 이들을 다시 할아버지의 집인 하나의 공간에서 1층은 남자의 공간으로, 2층은 여자의 공간으로 둘로 나뉜다.

 

<남매의 여름밤>은 더운 여름날부터 쌀쌀한 바람이 부는 여름의 끝자락에서 영화는 끝이 난다. 이 영화가 차갑고 스산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한 가족이 다시 둘로 나뉘게 되는 과정을 영화는 차갑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이 든다. 영화를 다 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할아버지가 키우신 방울토마토와 고추, 포도 그리고, 할아버지가 텃밭에 물을 주며 환하게 손 흔드는 모습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그리고 김추자의 <미련>이 귓가에 맴돈다.





2020 생활문화활성화 지원사업 씨네마실_지역영화로 영화 글쓰기 강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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