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지역 영화 리뷰] 사랑에 빠진 얼굴(신원덕)
작성자 - 인디하우스
리뷰내용 사랑에 빠진 얼굴(신원덕) 심규동 <뷰파인더> 당최 표정을 숨기지 못하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내가 기쁘거나 슬프거나 화가 나 있을 때 단번에 내 주변 사람들은 눈치를 보곤 했고 심지어 사랑에 빠질 때마다 단번에 캐치를 했다. 분명 티 내지 않으려고, 그렇게도 조심스러워했는데 진작에 눈치를 챈 친구들은 어느새 연애 상담을 자처했다. 대체 나의 표정과 눈빛이 어떻길래? 나는 좋아하는 사람의 얼굴을 쳐다보지 못했으므로 주변에 시선을 두었다. 아는 것을 괜히 묻고 모르는 것은 다시금 물었다. 그냥 같이 있는 것이 좋았다. 그래서 행복해했다. 영화 <뷰파인더>는 퀴어 느낌이 옅게 나는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순간의 감정에 휩싸인 두 주인공의 어쩔 줄 모르는 표정 덕에 그때의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사진작가 윤영은 프로필 사진 촬영을 의뢰한 수민을 만나기 위해 역으로 마중을 나간다. 첫 만남에서 폴라로이드 사진을 담고 싶어 하는 윤영 앞에 수민이 얼굴을 불쑥 내민다. 첫 사진은 수포로 돌아가고 시내가 보이는 높은 언덕에서 첫 사진을 담게 된다. 이후 20분의 짧은 러닝타임 동안 윤영을 바라보는 수민의 얼굴은 설렘과 긴장감이 치어 떼처럼 뒤엉킨다. 수민의 시선은 카메라가 아닌 윤영의 얼굴에 고정돼 있다. 그 얼굴을 보며 나는 사랑에 빠졌구나 확신했다. 누가 보아도 사랑에 빠진 얼굴이다. 혼자 애타고 있는 것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순간의 떨림이 새어나가지 않게 단단히 막으려 애를 쓰는 수민. 그 얼굴은 이제 윤영에게로 전염된다. 수민만을 담으려 했던 윤영의 카메라는 결국 그 경계가 사라지나 싶었으나 아이러니하게도 장벽으로 뒤바뀌었다. 수민이 윤영에게 질문한다. 윤영 씨 매일 이렇게 모델들이랑 사진 작업하면 사랑에 빠지지 않아요? 윤영이 수민에게 대답한다. 매일 빠져요 카메라를 보는 순간만큼은 사랑해요. 더는 나아가지 않아도 되었다. 윤영과 수민은 카메라를 주고받으며 뷰파인더로 상대방의 얼굴을 담는다. 외면하는 것에 시위라도 하 듯. 마지막 둘의 시선은 뷰파인더가 아닌 카메라 한 곳으로 고정된다. 활짝 웃는 얼굴로. 수민과 작별하는 시간 윤영의 카메라는 영 맥을 못 추렸다. 2020 생활문화활성화지원사업 씨네마실 '지역영화로 영화 글쓰기' 강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