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영화 리뷰] 영화로 재구성되는 현실의 시공간의 감각에 대하여(장병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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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영화 리뷰] 영화로 재구성되는 현실의 시공간의 감각에 대하여(장병섭

작성자 - 인디하우스

리뷰내용



영화로 재구성되는 현실의 시공간의 감각에 대하여 (장병섭)




김태영<티켓> 

                                                                               


                                                            


 어려워 마뜩잖은 일은 자꾸만 미뤄둔다. 시간은 흐를 뿐이고, 통제하지 못한다. 시계로 분별되는 시간은 모두에게 공평하며, 화살이 나아가듯 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하지만 어떤 시간은 느리게 수면 위로 잠깐 떠올랐다 가라앉거나, 혹은 빠르게 구불구불 요동친다. 시간의 감각은 저마다 다르게 느끼며, 시계로 분별되는 시간은 영화에 모두 담기지 않는다. 영화는 현실을 어떻게 재구성할까? 현실에서 일어난 사건을 무대화한다. 이때, 시간에 대한 감독의 감각이 영화로 구현된다.


 <티켓>(김태영)은 30분 4초의 다큐멘터리다. 뇌병변장애를 안고 태어난 태영은 야구를 좋아한다. tv 모니터가 아니라 야구경기장에서 야구를 관람하고 싶어 강릉에서 광주로 먼 여정을 떠난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태영이 버스터미널에서 티켓을 끊는 장면이다. 전체 영화의 러닝타임이 30분인데, 태영이 티켓을 끊는 장면을 5분 동안의 롱테이크로 계속해서 보여준다. 현실에서 일어나는 시간을 <티켓>은 고스란히 담아낸다. 이 컷은 현실의 시간과 공간을 각각 롱테이크와 롱샷으로 담아내고 있다.


 이 장면은 공간과 시간의 형식으로 인해 다양한 정보를 가지게 되었다. 터미널은 분주한 공간이다. 끊임없이 사람들을 태우고, 보내거나 맞이한다. 태영은 매표소 창구에서 광주가는 버스 티켓을 끊는다. 대합실 의자의 승객들 뒤로 태영이 매표소에서 표를 끊는 모습이 나온다. 관객의 시선은 태영에게만 집중되는 것이 아니라 프레임 안에 들어온 다양한 정보로 분산된다. 태영이 티켓을 끊는 시간 동안 화면에는 사람들의 바쁜 움직임과 다양한 변화들이 보인다. 대합실에 앉아서 버스를 기다리는 승객들은 수시로 바뀌며 바쁘게 움직인다. 태영이 티켓을 매표소 직원에게 받아 정리하는 긴 시간 동안에도 표를 끊어서 서둘러 급하게 어디론가 이동하는 사람들이 여럿 등장한다.  


이러한 연출은 관객들이 화면에 드러나는 의미 뿐만 아니라, 드러나지 않은 의미까지도 생각하게 한다. 누군가에게 5분은 매우 짧은 시간이다. 태영에게 5분은 티켓을 끊을 수 있는 시간이다. 강릉에서 광주로 가기 전에 태영은 남들보다 많은 준비를 한다. 행선지인 “전라도 광주”를 미리 말해두고, 녹음한다. 영화 속에 보여주지 않았던, 뇌병병장애인인 태영의 삶을 상상하게 된다. 현실의 시공간에 기준들이 태영의 삶을 얼마나 더디게, 멀어지게, 분리시키고 있는지.







2020 생활문화활성화지원사업 씨네마실 '지역영화로 영화글쓰기' 강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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