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토크] 씨네마실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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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토크] 씨네마실 02

작성자 - 인디하우스

리뷰내용


씨네마실 무비토크 02





상영작: <그 사진관>(심유리), <뷰파인더>(심규동), <지금 우리, 다음에는>(박정배)

일시 : 2020.07.31 (금) 19시

모더레이터: 영화다반사 한은진

녹취: 사회적협동조합 인디하우스

장소: 파도살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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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진 모더레이터(이하 ‘모더’)


반갑습니다. 씨네마실 무비토크 진행을 맡은 한은진입니다. 영화 동아리 ‘영화다반사’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영화다반사는 2018년부터 영화 보기, 영화 리뷰 쓰기, 시민 대상 영화 상영회 모더레이팅 등 다양한 영화 관련 활동을 하는 동아리입니다. 

세 편의 영화, 재미있게 보셨나요? 뒤쪽에서 보니까 다들 집중해서 보시더라고요. 저도 세 편의 영화에서 강릉의 다양한 모습을 발견하며 재미있게 봤습니다. 앞서 본 세 작품의 감독님을 모셨습니다. <그 사진관>의 심유리 감독, <뷰파인더>의 심규동 감독, <지금 우리, 다음에는>의 박정배 감독님이신데요, 세 분 모두 오늘 상영작이 첫 영화라고 들었어요.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와 작품 소재 선정 이유가 궁금합니다.  

 


박정배


제가 안고 있는, 풀리지 않는 고민을 소재로 삼았어요.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주변에 물어보고 싶어도 마땅치 않았거든요. 그래서 우리 스스로를 관찰하다 보면 길이 보이지 않을까 - 하는 생각이 들어서, 영화를 만들게 됐어요. 실제로 영화를 만들면서 고민이 조금은 해소된 것 같아요.



심규동


인디하우스의 ‘극 영화 제작 워크숍’ 2기 프로그램에 참여했어요. 모든 수강생이 각자 시나리오를 쓰고 (작품화할 시나리오를) 투표로 정하기로 했어요. 저는 원래 사진을 찍는 사람이라, 그런 경험을 녹여 시나리오를 썼죠. 그런데 투표에서 제 시나리오가 선정됐어요. 그렇게 <뷰파인더>를 만들게 됐죠. 

 


심유리


심규동 감독과 마찬가지로 저도 인디하우스의 ‘극 영화 제작 워크숍’에 참가했어요. 저는 1기였습니다. 워크숍을 계기로 운 좋게 작품 제작 지원을 받게 돼서 <그 사진관>을 찍을 수 있었어요. 제가 공무원 시험 준비를 했었는데, 그 당시의 풀리지 않는 막막한 마음을 시니리오로 썼어요.

 


모더 


<그 사진관>에선 골목이 자주 등장하는데요, 이 골목이 앞서 말씀하신 ‘막막한 마음’과 관련이 있을까요? 



심유리


‘길’은 어떤 공간에 이르게 되는 여정을 뜻하는 동시에 상징적 의미한 단어예요. 이를테면 ‘인생에서 내 길을 모르겠어’라고 할 때 ‘길’은 추상적인 개념이죠. <그 사진관>에선 이렇게 상징적이고 추상적인 의미의 ‘길’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적절한 골목길을 찾으러 많이 돌아다녔습니다. 결국 명주동 골목길을 선택했어요. 그런데 영화를 만든 후에 다시 그 골목을 가보니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서, 촬영 당시의 느낌과 흔적이 사라졌더군요. 영화를 만들던 당시의 명주동 골목길 풍경이 <그 사진관> 에서만 볼 수 있는 광경이 되었어요. 새로운 느낌이었습니다.

 


모더


심규동 감독님은 원래 사진작가로 활동하고 계십니다.  <뷰파인더> 첫 장면에서는 폴라로이드 카메라가 등장하고, 영화에서도 줄곧 필름카메라가 등장하죠. 영화에서 아날로그 카메라를 사용하신 이유가 있나요?

 


심규동


워낙에 제가 디지털카메라 대신 필름 카메라나 폴라로이드처럼 아날로그 카메라로 작업하기 때문이에요. 작업할 때는 주로 필름 카메라를 쓰고, 처음 만난 모델과 작업을 시작할 땐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쓰곤 해요. 서로 초면이라 어색하다 보니, 바로 결과물을 확인할 수 있는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작업하면서 서로 긴장을 풀기 위해서예요. 영화를 만들기 시작한 무렵엔 제가 상상한 이미지를 찍으려 했어요. 그래서인지,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은 제 영화를 보고 클로즈업과 광각 샷이 자주 등장한다고 이야기하시더군요. 딱히 인식하지는 못했는데, 그런 피드백을 받고서 보니까 ‘아, 그렇구나’ 싶었어요. 아무래도 제가 사진을 찍는 작업을 해온 게 영향을 준 것 같아요. 클로즈업 샷은 1인칭 시점을 살리기 위함이고, 광각 샷은 3인칭 시점을 살리기 위해서 무의식적으로 취한 방식이 아닐까 싶어요. 

 


모더


<뷰파인더>에서 윤영이 집 안에서 촬영하다가 벽 너머로 들어가는 장면이 있죠.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뷰파인더 너머로 세상을 보던 사람이 뷰파인더 안 세상으로 들어가는 느낌이었습니다.

 


심규동


그건 굉장히 즉흥적으로 연출된 장면이에요.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구도를 잡아 보고, 여기서 이렇게 촬영하면 되겠다 싶어서 한 번 시도했던 건데… 저도 그 장면이 좋더라고요.



모더


다음으로는 ... <지금 우리, 다음에는>을 만드신 박정배 감독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영화 제목이 좀 헷갈리네요(웃음).

 


박정배


맞아요, 제목이 좀 헷갈리죠? (일동 웃음) 저도 가끔 ‘지금 우리’였는지 ‘우리 지금’ 인지 헷갈려요.

 


모더


제목을 잘못 말할까 봐 긴장되네요(웃음).  <지금 우리, 다음에는>에서 주인공 부부의 ‘강릉 이주’가 영화의 소재 또는 주제라고 보면 될까요?

 

 

박정배


영화의 도입이죠. 주인공의 부부가 겪게 될 불안의 시작점이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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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더


감독님 말투에서 경상도 억양이 느껴지는데, 아마 감독님도 삶의 터전을 바꾸셨으리라 짐작됩니다. 아는 사람 하나 없고, 낯선 곳으로 이주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닌데, 강릉에 오게 된 이유가 무엇이었나요? 또 다른 도시도 많은데 왜 하필 강릉을 선택하셨는지도 궁금하네요.   



박정배


경상도 출신 맞습니다. 대구 토박이예요. 대구에서 대학까지 다니고, 그 뒤로는 서울에서도 살아보고, 외국에서도 살았죠. 여기저기 많이 돌아다녔습니다.  그런데 외국에서의 생활보다 서울살이가 더 힘들었어요. 그래도 어떻게든 적응했습니다. 가정도 꾸렸고요. 하지만 서울에서 사는 게 우리 부부 모두에게 너무 힘든 일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서울이 일거리를 찾거나 생활에 필요한 물자를 구하는 데 훨씬 수월하긴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게 있더라고요. 서울에 살 때 발리로 자주 휴가를 갔어요. 발리는 줄곧 대도시에서 자라온 제겐 완전 ‘깡촌’이에요. 그런데 생각했던 것보다 제가 그 ‘깡촌’에서 잘 지내는 거예요(웃음). 그때부터 삶의 터전에 대한 경계가 흐려졌어요. 하지만 프리랜스 디자이너로서의 일거리를 생각하면 서울을 자주 오갈 수 있어야 했어요. 그래서 강원도의 고성과 강릉, 제주도를 놓고 고민하다가 결국 강릉을 선택했죠. 서울에서 오가기 가장 편리한 곳이니까요. 

 


모더


조금은 무모한 결정으로 강릉에 오셨으려나 싶었는데, 굉장히 현실적인 판단을 거쳐 강릉을 선택하셨군요.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하시길 바라요. 영화에서 ‘강릉이 점점 더 좋아진다’는 내레이션이 종종 나오는데, 강릉을 점점 더 좋아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박정배


음, ‘강릉이 좋아진다’는 느낌은 다큐멘터리를 촬영할 때까지인 것 같네요(일동 웃음). 대상을 잘 모를 때 마냥 좋아할 수 있잖아요. 강릉에서의 첫 1년은 여행자처럼 살았어요. 어딜 가나 아는 사람 하나 없고, 자유로우니까 엄청난 익명성이 생기더군요. 게다가 강릉은 다른 도시에 비해 더 자유로운 곳인 것 같아요. 서로 엄격하게 재단하는 대도시에서 살다가 강릉에 오니, 참 좋았죠. 또 여러 측면에서 강릉은 좀 더 자유로운 느낌이에요. 주차 문화도 그렇고요. 다큐멘터리를 만들면서 그동안 강릉에 대해 몰랐던 것들을 천천히 알게 됐어요. 가끔은, 그냥 모르는 채로 살았으면 좋았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모더


심규동 감독님께 질문할게요. <뷰파인더>를 보면 클로즈업 샷, 와이드 샷이 특히 많이 사용된 것 같은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심규동


영화 찍으시는 분들이 제 영화를 보고 클로즈업이랑 광각 촬영이 많은 것 같다고 얘기해주시더라고요. 그런 얘기를 듣고 나서야 제가 클로즈업과 광각 샷을 많이 썼다는 걸 알았어요. 아마도 제가 사진을 찍는 일을 해와서 그런 것 같아요. 클로즈업 샷은 훅 들어가서 1인칭 시점을 포착하기 위해, 반대로 광각 샷은 3인칭 시점을 포착하기 위해 사용했던 것 같습니다.  



모더


이번엔 심유리 감독님께 질문하겠습니다. <그 사진관>에서 액자 안 사진이 등장하는데, 어떤 의미가 있나요? 

 


심유리


태리가 ‘그 사진관’에 들어갔을 때,  ‘여기 언젠가 와봤던 곳인 것 같은데, 어쩐지 나와 연결된 곳 같다’고 느끼는 걸 사진으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태리가 액자를 벽에서 떼어내는 장면이 있는데, 액자 속엔 태리가 골목길에 처음 들어섰을 때 찍힌 사진에요. 그래서 태리는 ‘어? 이 사진 뭐지?’하고 계속 사진을 보게 되고요. 의미를 해석하자면, 태리가 찾으려 하는 사진이 ‘그 사진관’ 벽에 붙어있고, 이밖에 훗날 태리가 찍게 될 사진들도 함께 있죠. 즉 태리의 인생에 엮여있는 공간들이 담긴 사진들입니다. 



모더


그럼 ‘그 사진관’도 태리의 인생과 엮여있는 공간으로 설정된 건가요?



심유리


네. ‘그 사진관’은 태리가 현실에서 도피하거나, 인생의 전환점으로 삼을 수 있는 공간이에요.

 


모더


마지막 장면에서 태리의 사진이 끼워진 액자가 등장하죠. 이건 어떤 의미인가요? 

 


심유리


마지막 장면의 시점은 미래로 설정했고, 태리가 사진관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간 상황이거든요. 태리가 사진관 열쇠를 갖고 있었고, 마음의 준비가 됐을 때 다시 ‘그 사진관’으로 간 거죠. 그래서 태리가 ‘그 사진관’의 주인이 됐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 마지막 장면에 태리의 사진이 들어있는 액자를 등장시켰습니다. 

 


모더


<뷰파인더>의 마지막 장면 이야기를 해볼게요. 수민의 모습이 비스듬하게 나오는데, 그러다가 수민의 다리를 포착했다가 카메라가 흔들리고, 다시 위를 향하고 - 이런 카메라 움직임엔 어떤 의도가 있나요? 

 


심규동


카메라를 어깨에 메고 뷰파인더로 봤을 때 잡히는 앵글이에요. 영화에서 계속 뷰파인더를 통해서 카메라 뒤에 있는 사람의 시선을 보여주죠. 카메라 자체를 인격화하려는 의도도 있지만, 이렇게 하면 촬영할 때 재밌겠다 싶었어요. 

 


모더


<뷰파인더>에서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윤영과 수민의 다음 이야기를 사진으로 보여줍니다. 이때 영상이 아니라 사진을 택한 이유가 있나요? 

 


심규동


예전에 본 일본 영화에서, 주인공이 사진을 찍는 장면이 영상으로 나오면 뒤이어 바로 사진이 나타나거든요. 처음엔 이런 식으로 만들어보고 싶었는데 편집을 하다 보니 영상은 빼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사진만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고 싶기도 했고요. 그래서 엔딩 크레딧에 사진을 넣게 됐습니다. 

 


모더


<지금 우리, 다음에는>에서, “삼십 대가 되면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도 분명해지고, 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도 확실해진다”는 내레이션이 나오죠. 예전에 저보다 나이가 많은 분께서 ‘나이가 든다는 건 좋고 싫음의 경계가 불분명해지는 것’이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어요. 젊을 땐 좋고 싫음을 명확히 구분 짓지만 나이가 들수록 점차 그 경계가 없어진다고요. 박정배 감독님은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좋고 싫음이 명확해졌는지, 하고 싶은 것과 하기 싫은 것이 분명해졌나요?  

 


박정배


미리 질문지를 받아봤는데, 이 질문에 딱히 떠오르는 게 없더라고요. ‘내가 뭘 하고 싶지? 뭘 하기 싫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바로 안 떠오르는 거예요. 뭐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머릿속에 정리돼서 영구적으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어떤 상황에 마주했을 때 깨닫게 되는 것 같아요. ‘이런 상황을 전에도 겪었고, 그때 어땠었지’하면서 하고 싶음과 하기 싫음을 조금 더 빨리 알게 되는 거죠. 어떤 고정된 분류 체계를 갖고 살진 않잖아요. 그래서 답변하기가 어렵더라고요.

 

 

관객 1


박정배 감독님께 질문하고 싶습니다. 저도 대구 사람이고, 현재 서울에서 살고 있고, 다른 지역에서 살아본 경험도 있거든요. 그래서 <지금 우리, 다음에는>을 보면서 다른 도시에 정착하는 과정을 무척 재미있게 보았어요. 혹시 후속편을 만들 계획도 있으신가요?

 


박정배


제가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고 있어요. 딱히 사람들이 재미있게 봐줬으면 해서 시작한 건 아니고요. 아내가 유튜브 영상 만드는 걸 되게 좋아하더라고요. (저희 일상을 주로 찍는데) 처음엔 아내가 무척 힘들어했어요. 맨날 카메라를 들이대니까요. 근데 한 달 정도 지나니까 점점 자연스러워지더라고요. 쓸만한 영상도 생기고요. 그때부터는 아내가 먼저 ‘이거는 괜찮은데? 쓸만한데?’ 하면서 자기가 막 편집을 하려고 해요. 저희에겐, 우리의 모습을 기록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커요. 그래서 아내도 좋아하는 것 같고요. 그래서 이런 작업을 계속하고 싶어요. 나이 들어서 아내와 함께 봐도 좋을 것 같고, 멀리 있는 친구들이나 부모님께 보여줘도 좋을 것 같고요. 자주는 아니고 어쩌다 한 번씩 업데이트하는데, 앞으로 이런 식으로 우리 이야기를 계속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금 우리, 다음에는>처럼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서 새하얗게 불태우는 일은 다시 하고 싶지 않고요(웃음). 

 


관객 2


심규동 감독님께 질문할게요. 관객들이 윤영과 수민의 감정선을 어떤 식으로 읽으면 좋을까요? 감독님만의 바람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심규동


처음 기획할 땐 주인공을 남자와 여자로 설정했어요. 그런데 잘 맞는 남자 배우를 찾지 못했죠.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윤영과 수민의 관계에서 성별은 크게 상관없겠더라고요. 이야기 전개의 뚜렷한 기승전결이나 큰 사건 없이, 두 사람이 만나고 서로 설레는 마음을 갖게 되는 감정선을 표현하려고 했어요. 서로 설레는 감정은 성별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가질 수 있는 보편적인 감정이라고 생각해요.  



관객 3


제가 사는 강릉이 나오는 영화를 세 편이나 보니 왠지 신기한 기분이네요. <뷰파인더>엔 제가 사는 동네가 나오고요. 그 오르막길이랑 통계청이 나오는 장면이 인상 깊었어요. 통계청에서 내려다보면 강릉 시내가 한눈에 보이는데, 거기서 윤영이 수민의 사진을 찍죠. 근데 바로 옆 미술관이 제가 보기엔 강릉 시내 뷰가 더 좋거든요. 그런데도 통계청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했어요. 

 


심규동


원래 그 장면을 미술관에서 촬영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막상 미술관에 가보니까 촬영 조건이 맞지 않더라고요. 카메라를 세울 위치나 원하는 장면을 촬영하는 데 필요한 거리 같은 것들이요. 그런 조건들  때문에 통계청으로 옮겨서 촬영했어요. 

 


관객 3


<뷰파인더>에 대해 한 가지 더 궁금한 게 있는데요, 버스 안 장면에서 수민의 신발 끈이 풀어져 있잖아요. 그런데 강릉역에서 다시 돌아갈 때는 신발 끈이 묶여있고요, 여기에 어떤 의미가 있나요?

 


심규동


어떻게 느끼셨나요? (일동 웃음)

 


관객 3


음, 강릉 여행을 마치고 다시 돌아간다는, 여행의 매듭을 짓는 것처럼 읽혔어요. 

 


심규동


신발 끈이 풀어진 줄도 모르고 발랄하게 있는 모습이 수민의 캐릭터와도 잘 맞는다고 생각해요. 다시 묶인 신발 끈은, 수민의 마음을 맺는 걸 수도 있고... 다양하게 해석해주시면 되겠습니다.

  


관객 4


심유리 감독님께 여쭤볼게요.  <그 사진관>에서 ‘그 남자’가 혹시 태리의 또 다른 자아일까요?

 


심유리


사람마다 ‘그 남자’의 존재를 다르게 해석하더라고요. 저는 애초에 ‘그 남자’를 태리를 정말 오랫동안 봐 왔거나 알고 지낸 사람 또는 사물, 공간으로 설정했어요. 사람이 아닐 수도 있는, 어떤 추상적 개념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보는 사람마다 다른 해석을 할 때 영화가 더 풍성해지는 것 같아요. 태리의 또 다른 자아라는 해석도 좋네요.



모더


<그 사진관>에서 ‘그 남자’의 존재는 상당히 중요한데, 말씀하신 대로 정해지지 않은 추상적 개념으로 설정하셨다는 게 흥미롭네요. 

 


심유리


예를 들면 ‘공간’은 건물의 터가 될 수 있고, 건물 그 자체가 될 수도 있죠. 그래서 그 사진관이란 공간을 오래전 태리가 가 본 곳 정도로만 설정했어요. 또 그 남자를 통해 태리에게 ‘네가 하고 싶었던 게 뭐야?’라고 질문하고 싶었어요. 그 남자는 태리에게 질문하기 위해 만들어진 인물이라고 할 수 있죠. 

 


모더


씨네마실 상영회와 GV에 참석한 세 감독님의 소감과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네요. 



심규동


영화에 관심만 있었지, 감독이라고 불리게 될 줄은 몰랐어요. 강릉에서 이런 기회를 만났다는 것도 좋고요. 얼마 전 다큐멘터리 워크숍에도 신청했는데, 메일 주소를 잘못 기재해서 신청이 안 됐더라고요(웃음). 그래서 내년을 기약하려고요. 다른 분들도 신청해보세요, 재미있을 거예요.

 


모더


갑자기 인디하우스 워크숍 홍보를 하시는 건가요?(일동 웃음)

 


심규동


좋은 기회이고,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저도 한 번 영화를 만들어보니까 재미있어서 또 욕심이 나고요.

 


모더


앞으로 계속 작품 활동을 하겠다는 의지를 밝히신 거죠?

 


심규동


네. 영화를 만들고 싶어지면 사람들을 모아서 다음 작품을 찍어 볼 생각이에요. 그리고 GV는 처음이어서(웃음), 초반엔 좀 힘들었는데 정배 감독님이 워낙 재밌게 풀어주셔서 즐겁게 임했습니다. 

 


박정배


힘들었어요(일동 웃음). 음, 우선 아마추어의 실력으로 만든 작품인데 시간 내어 여기까지 와주시고, 영화를 봐주신 시간을 들여가며 봐주신 관객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사실 상영회라는 게 보이지 않는 뒤편에서 많은 사람이 협력해서 치뤄지는 행사예요. 이렇게 상영회를 열어주신 분들께도 감사드려요. 아이고, 말 많이 하면 안되는데 아무래도 길어지겠네요(웃음). 제가 만든 다큐멘터리는 사실 ‘이주’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에요. 불안감에 관한, 그리고 그 불안의 원인을 찾아가는, 결국에는 원래 자기가 해오던 것을 계속하며 안정을 찾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들이에요. 실제로 저희 부부도 그런 과정을 경험했고요. ‘삶의 터전까지 바꿨는데 왜 안 풀리지?’하고 생각했는데, 사는 곳을 바꿨다고 해서 세상이 드라마틱하게 바뀌는 게 절대 아니라는 걸 느꼈어요. 어디에서든지 원래 내가 살아온 방식 그대로 살아야 하는구나, 그래야 뭔가 해소되는구나 - 이런 것들을 깊이 느꼈던 시간이었습니다. 내가 있는 곳이 바뀐다고 해서 나 자신이 바뀌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이런 이야기를 덧붙이고 싶었습니다.

 


심유리


상영회에 와주신 분들께 정말 감사드려요. 강릉에 이렇게 영화감독들이 많이 있으니, 앞으로도 응원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영화와 관련된 교육 프로그램을 듣고 싶다면 알려주세요. 제가 소개해드리겠습니다(일동 웃음).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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