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토크] 씨네마실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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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토크] 씨네마실 06

작성자 - 인디하우스

리뷰내용

씨네마실 무비토크 06



상영작 : <왈리왈시>(윤희경), <우리동네 우체부>(문춘희)


일시 : 2020.11.20 (금) 19시


모더레이터: 지현탁 사회적 협동조합 누구나 조합원


녹취: 사회적협동조합 인디하우스


장소: 버드나무 브루어리








지현탁 모더레이터(이하 ‘모더’)

안녕하세요, 오늘 씨네마실의 무비토크 진행을 맡은 지현탁이라고 합니다. <우리동네 우체부>의 문춘희 감독, 김희자 촬영 감독님과 <왈리왈시>의 윤희경 감독님을 자리에 모시고 무비 토크를 시작해볼게요. 우선 감독님들께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윤희경

<왈리왈시>를 연축한 윤희경입니다. <왈리왈시>는 인디하우스의 2019년 다큐멘터리 제작 워크숍 수료작이에요. 


문춘희 

반갑습니다. 명주동에서 ‘작은정원’이란 시민단체 활동을 하며 <우리동네 우체부>란 영화를 만들게 된 문춘희라고 합니다. 75년째 강릉에 살고 있고, 2남 1녀의 엄마이자 할머니입니다.


김희자

안녕하세요, <우리동네 우체부>를 촬영한 김희자입니다. 영화가 뭔지도 잘 모르고 함께 활동하는 선생님들이 한번 같이 영화를 만들어보자고 제안해주셔서 얼떨결에 참여하게 됐어요. 원래는 사진 찍는 걸 배우고 있습니다. 처음엔 배우 제안을 받았는데 자신이 없어서 절대 못 하겠다고, 차라리 촬영을 하겠다고 했죠. 그렇게 처음 카메라를 만졌는데, 아주 재밌더라고요. 


모더

시작 전에 감독님들이 마이크를 잡는 게 너무 떨린다고 걱정하셨는데, 지금 보니까 걱정 안 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웃음). 참, 아주 기쁜 소식이 있어요. <우리동네 우체부>가 올해 서울노인영화제에서 상을 받았다고 해요.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관객 박수). 두 감독님 수상 소감을 짧게 들어볼까요?


문춘희

처음 작업을 시작할 땐 영화가 굉장히 멀리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여럿이 함께하다 보니까 점점 영화가 가깝게 다가왔어요. 

우리 영화가 상을 받았다고 해서, 상을 받으러 서울에 다녀왔어요. 저희는 이 상이 그렇게 대단한 상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시상식에 갔더니 어마어마한 거예요. 또 우리 영화가 관객들이 뽑은 ‘시사스레스상’을 받았더라고요. 그때부터 좀 더 우리 영화에 자신이 생겼어요. 황혼에 이런 기회가 생겨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척 영광스럽고요. 상을 한 번 받아보니까 욕심이 생기네요(웃음). 다음 작품으로 더 좋은 상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김희자 

시상식 마지막에 대상을 받은 영화를 봤어요. 보고 나니 우리 영화랑 별 차이 없더라고요(웃음). 그래서 ‘다음엔 대상은 우리 차지다’, 이러면서 강릉으로 돌아왔어요(관객 환호). 


모더

큰물을 경험하면 용기가 생기는 것 같아요. 감독님들, 이제 긴장이 좀 풀리셨나요(웃음)? 그럼 이번엔 윤희경 감독님께 질문해볼게요. 영화 제목이 <왈리왈시>인데, 저는 이 말을 감독님 영화에서 처음 접했거든요. 무슨 뜻인가요? .  


윤희경

‘왈리왈시’는 고사성어예요. 대체로 ‘타인지연 왈리왈시’라고 쓰이는데, ‘남의 잔치에 가서 감 내놓아라, 배 내놓아라’ 한다는 뜻이거든요. 저는 이 표현이 사람들에게 생경한 문구인 줄 몰랐어요. 널리 쓰이는 줄 알았거든요. 저는 ‘왈리왈시’란 문구의 어감이나 느낌을 참 좋아해요. 그래서 다큐멘터리 제작 워크숍을 들을 때, 작품 제목을 ‘왈리왈시’로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다큐를 기획하는 단계에서 많이 헤맸어요. 초반에 구상한 것과는 기획이 다르게 흘러갔거든요. 큰 주제는 달라지지 않았는데, 그 안을 이루는 구성들이 달라졌어요. 그래도 ‘왈리왈시’란 표현이 워낙 마음에 들어 제목으로 쓰고 싶었고, 굳이 달라진 기획에 갖게 ‘왈리왈시’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있을까 싶어서 그대로 제목으로 쓰게 됐습니다. 


모더

다음으로는 문춘희 감독님에게 마이크를 넘기겠습니다. 영화 전개가 두 사람이 벤치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는 형식으로 진행되더라고요. 총 네 가지 에피소드로 이루어지는데, 각 에피소드가 실제로 있었던 일을 바탕으로 한 건가요?









문춘희

현실이면서 가상이에요. 영화를 보면 명주동 어머니들이 우체부한테 스마트폰 작동법이나 영어를 물어보는데, 사실 자식들한테 물어보면 되거든요. 근데 어머니들이 막상 자식들에게 그런 걸 잘 안 물어봐요. 그래서 우체부를 등장시킨 거죠.  


모더

김희자 촬영 감독님께도 여쭤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 영화에서 ‘나는 캠핑이 필요 없지만 집에만 있었다’ 라는 대사를 하셨잖아요. 저는 이게 진심이라고 느껴졌거든요. 


김희자

진심이죠(관객 웃음). 제가 딸만 넷이에요. 애들 걸음마 할 때부터 손잡고 바닷가 가서 텐트 치고서 캠핑도 하고, 그랬거든요. 그때는 바닷가까지 버스 타고 갔었는데, 지금은 얼마나 가기 편해요. 캠핑카 타고 가면 어디든 다 갈 수 있잖아요. 그게 너무 부러워요. 그런데 애들이 돈이 없는지, 제가 나이가 많아서 그런지 결국은 캠핑카를 안 사줬어요(웃음). ‘엄마, 렌트해서 가’ 이러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싫다고 했어요(웃음).


모더

심지어 영화에서도 캠핑카가 필요하다고 어필하셨는데, 안타깝네요. 오늘 이 자리에 김희자 감독님 따님 친구들도 오셨다고 들었는데, 친구분들이 따님을 만나면 캠핑카로 압박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관객 웃음). 

다시 윤희경 감독님에게 질문할게요. <왈리왈시>를 보면 인물은 등장하지 않고 고양이나 꽃 같은 사물이나 동네 풍경 등으로 구성되는데, 이렇게 연출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윤희경

앞서 워크숍 때 기획을 하다가 중간에 헤맸다고 이야기했잖아요. 사실 제 생각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매체는 글이거든요. 그래서 방향을 못 잡을 때 일기 형식의 산문을 쭉 작성해봤어요. 내레이션을 염두에 두고 쓴 글이 아니어서 그런지, 말맛이 특이하다는 피드백을 많이 들었어요. 그런데 영화 속에 인물이 나타나면 이 특유의 말맛을 살리기가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인물이 등장하는 장면도 촬영했는데 편집 과정에서 말맛의 흐름을 깨뜨린다는 느낌이 든 적도 있고요. 그래서 최대한 인물이 나오는 장면을 없애고 동물이나 사물을 배치했어요.  

또 당시 저는 자주 걸으면서 사색하는 걸 즐겼거든요. 그래서 눈에 익은 사물 중에 제 마음, 감정과 맞닿아있는 것들로 이미지를 배치하게 됐어요.


모더

가장 애정하는, 마음에 드는 장면은 어떤 건가요?


윤희경

두 장면이 특히 기억에 남아요. 집 앞 골목길이 세 갈래로 나뉘는데, 앞쪽에 철조망이 있어요. 철조망의 철사가 막 꼬여 있고 녹슬어 있는 모습이 되게 멋스러워 보이더라고요. 사실은 오래돼 부식된 것이지만요. 그래서 가끔 흉해 보일 때도 있죠. 그런데도 그 모습 그대로 유지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그 모습이 운치 있게 다가와요. 

두 번째는 월화거리 쪽으로 산책 다니다가 발견한 터널이에요. 그 장소만의 느낌도 좋고, 저만의 서사가 있는 곳이라 좋아합니다. 


모더

혹시 이 두 곳의 정확한 위치가 궁금하신 분들은 무비 토크가 끝나고 윤희경 감독님께 직접 여쭤보시면 되겠습니다. 이제 마이크를 옆으로 넘길게요. 이렇게 탁구처럼 왔다 갔다 하면서 질문을 주고받을 겁니다(관객 웃음). 

<우리동네 우체부> 감독님들은 명주동에서 정말 다양한 활동을 하고 계시죠. 작은정원 활동도 있고, 카메라로 동네를 기록하는 활동도 있고, 이렇게 영화까지 만드셨고요. 어떻게 이처럼 다양한 활동을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하게 되셨나요?


문춘희

어느 날 작은정원 언니들이 사진을 배워보자고 제안했어요. 당시 협동조합 ‘이와’와 마을 반상회를 하면서 연을 맺었는데, 이와의 조합원들께 사진을 배울 수 있겠더라고요. 그래서 저희가 직접 찾아가서 사진을 가르쳐달라고 부탁했어요. 이와에서는 반갑게 맞이해주셨고요.

처음에는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배웠어요. 그러면서 명주동 관광객들 사진도 찍어주게 됐고요. 마을 엄마들끼리 모여서 『명주 레시피』라는 책도 냈어요. 

그러다 영화 만드는 젊은이들을 만났는데, 저희한테는 꼭 가족 같아요. 그래서 함께 활동하기에 수월했습니다. 부모 같고 자식 같은 그런 마음이 오래오래 갈 것 같아요. 


모더

김희자 촬영 감독님은 카메라를 정말 많이 만져보셨을 것 같아요. 앞서 카메라 앞에 서는 대신 카메라를 잡으셨다고 하셨는데, 사진을 찍는 카메라와 영화를 촬영하는 카메라는 어떤 면이 가장 다르던가요? 


김희자

사진은 주로 사물을 찍는데, 이번 영화에선 인물을 찍을 때가 많았어요. 사람 표정까지 다 담아야 하는 게 어렵더라고요. 그래도 촬영하면서 ‘저 사람 좀 웃었으면 좋겠다’ 라던가 ‘이 장면 배경은 이랬으면 좋겠다’ 싶은 것들이 눈에 보이더라고요. 영화에 우리 집이 나오는데, 우리 집에서 찍은 건 내가 다 연출한 거예요. 직접 곶감 깎아 달고, 화분도 갖다 놓고, 그랬죠.  


모더

전문가가 다 되셨군요. 잠깐 관객 질문을 받아볼까요? 질문이 있으신 분들은 손을 들어주세요.


관객 1

질문이라기보다 코멘트인데요, 제가 명주동 주민이라 영화에 제가 사는 동네가 나와서 참 좋았어요.   


문춘희

명주동 어디 사세요? 후배 하나 같이 하면 좋겠는데(웃음).


관객 1

명주동 가구 골목 중간 쪽에서 자영업을 하고 있어요. 


문춘희

아, 그쪽이면 명주동 온 지 얼마 안 되셨네요.  


관객 1

아뇨. 7년 됐어요. 


문춘희

그러니까 얼마 안 된 거죠(관객 웃음).









모더

네, 명주동에서 7년은 오래됐으면서 오래된 게 아닌, 그런 시간이군요(웃음).


관객 1

그렇지 않아도 작은정원 어머님이라고 하셔서 무척 반가웠습니다. 명주동 골목마다 예쁜 꽃 화분이 놓인 걸 보면 참 흐뭇해요. 늘 감사한 마음입니다.


문춘희

기회가 되면 함께해요.  


김희자

우리가 골목 사진사예요. 관광객들 오면 기념사진 찍어주는 일도 하거든요. 같은 자리에서 계속하고 있으니까, 거기 지나실 때 자주 인사해요. 


모더

이렇게 동네 주민을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 ‘씨네마실’ 입니다. 


관객 2

문춘희 김희자 감독님께 질문할게요. 영화 속 등장하는 우체부가 실제로 있다면 어떨 것 같으세요? 친하게 지낼지, 아니면 ‘꼬라지가 저게 뭐냐’, 이러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문춘희

물들인 머리나 피어싱 같은, 좀 과장된 우체부의 모습은 젊은이와 어르신의 차이를 표현하려고 더 그렇게 연출했어요. 실제로 그런 우체부는 - 없겠죠. 근데 우체부 연기한 배우가 원래 그렇게 하고 다녀요. 그래서 처음 같이 밥 먹을 때는 좀 걱정이 되더라고요(관객 웃음). 저러다 이로 철을 깨물면 어떻게 하나. 근데 자꾸 보니까, 괜찮더라고요. 지금도 계속 그렇게 하고 다니는데, 이젠 아무렇지도 않아요.  


관객 3

작년 이맘 때쯤 영화가 만들어졌잖아요. 당시 신영극장 첫 상영회부터 오늘 이 자리까지 많은 상영회를 거쳐 오셨는데, 그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을지 궁금해요. 


문춘희

많이 변했죠. 처음엔 우리 영화를 남들한테 보여주는 게 창피해서, 자식들한테 알리는 것도 민망했어요. 그런데 우리 영화를 자꾸 볼수록 더 자랑하고 싶더라고요. 이제는 완전히 오픈할 수 있어요. 이런 점이 가장 큰 변화인 것 같아요. 


김희자

처음엔 쑥스러워서 가족한테도 말 안 했어요. 그런데 상영회에서 우리 영화를 보니까, ‘저 장면은 이렇게 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더라고요. 그래서 바로 선생님들한테 ‘우리 다른 영화 또 합시다’, 이랬어요. 곧 새 영화가 한 편 나올 예정이에요.


관객 3

<왈리왈시>와 <우리동네 우체부>가 어떻게 어우러질까 궁금했는데, 두 영화를 이어서 보니까 모두 함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공동체에 관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드네요. 윤희경 감독님께 질문하고 싶은데요, <왈리왈시>가 어떤 공동체의 구성원에 관한 이야기라고 하셨죠. 그 구성원들과 영화를 함께 보셨는지, 그들이 어떤 감상을 남겼는지 궁금해요. 그리고 <우리동네 우체부> 속 ‘I love so much-Me too’ 에피소드는 실화인지도 궁금합니다. 


윤희경

워크숍 끝나고 시사회를 열었는데, 그때 몇 분을 초청해서 보여드릴 수 있었어요. 그때 한 분이 ‘살짝 울 뻔했잖아, 희경’이라고 말씀하셨어요. 그게 가장 와 닿았던 것 같아요. 








 

문춘희

‘I love so much-Me too’, 이거 실화라 하죠, 그냥(관객 웃음). 실화면 좋았을 텐데, 실화는 아닙니다. 영화 보고 다들 저한테 진짜 애인이 있는 줄 알더라고요(웃음). 


모더

계속해서 윤희경 감독님께 질문드릴게요. 영화 속 내레이션이 개인으로서의 나, 공동체 안에서의 나를 발견하며 보낸 시간을 감정에 빗대어 잘 표현해줬다고 생각해요.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누군가의 부름으로 공동체에 들어가 활동했던 ‘나’와 자발적으로 공동체 속에서 활동하는 ‘나’ 사이에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윤희경

구성원들끼리 서로 판단하고 평가하기보다 스스로를 먼저 검열하는 방식을 선호하는 문화가 좋았어요. 스스로 검열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어떤 평가 기준에 걸러지기도 하더라고요. 물론 나와 맞는 사람들과 모여있기 때문에 이런 게 가능했겠지만요. 구성원들과 더 잘 어울리고 싶어지고, 그렇게 더 노력하는 태도를 갖게 됐어요. 

그런가 하면 내면의 모순들도 있었어요. 이 모순들 때문에 혼란스러울 때는 잠깐 멈춰 있었어요. 사람을 아주 많이 지치게 하는 힘듦이나 어려움은 아니었고, 견뎌볼 만한 힘듦, 어려움이었던 것 같아요. 제게 이런 고민의 시간을 갖게 해준 사람들에게 너무 고마워요. 지난 1년 동안 정말 별의별 생각을 다 해봤네요. 결과적으로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모더

영화 상영회 모더레이터는 처음이라, 다들 잘 듣고 계신 건지 살짝 불안하네요. 다들 잘 듣고 계신 거죠(웃음)? 제가 다섯 번째 씨네마실 무비토크를 좀 참고했는데, 그때 ‘도전’이란 키워드로 이야기를 나누셨더라고요. 오늘 이 자리에 모신 김춘희 김희자 감독님께도 영화를 만드는 작업이 삶에서 새로운 도전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지금 청년 활동을 하고 있는데요, 활동하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새롭게 시도하거나 도전한다는 게 절대 쉽지 않아요. 일상을 바꾸는 일이 될 수도 있고요. 

또 누군가는 주변 여건 때문에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하지 못하기도 하죠. 이런 사람들에게 감독님들은 어떤 응원의 메시지를 전해주고 싶으세요? 영화를 계기로 서울까지 다녀오셨잖아요. 무언가에 도전하길 주저하는 사람들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문춘희

도전이라는 게, 시작이 문제더라고요. 누가 나를 이끌어 줄까,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이 있죠. 그런데 제가 도전을 해보니까, 그냥 일단 해보면 자연스럽게 어떻게 앞으로 해나가야 할지 알게 되더라고요. 누구든지 도전할 기회가 생겼을 때 주저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김희자

같은 얘기인데, 저는 동네에서뭔가 한다고 하면 싫다는 소리 한 번 안 하고 무조건 다 도전해요. 그래서 레시피 책도 냈고, 영화도 만들었고, 골목 사진사도 하고 - 하여튼 하는 일이 아주 많아져서 바쁘게 살고 있어요. 지금 다큐멘터리를 또 만들고 있는데 곧 완성된다고 해요. 도전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많이 시도하세요. 그럼 좋은 결과가 나옵니다. 


모더

네, 저도 할 수 있으면 도전하는 사람이 되어보겠습니다. 


윤희경 감독님께서도 은근하게 지역에서 많은 활동을 하고 계시죠. <왈리왈시>는 감독님의 자기 검열에서 출발한 이야기라는 생각도 드는데,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은 좀 어떠신가요? 어떤 답을 찾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윤희경

인생 한 치 앞도 모른다고들 하잖아요. 저도 제가 올해 직장을 다니게 될 줄은 몰랐어요. 주 5일 근무하시는 분들, 대단하다고 생각해요(관객 웃음). 존경스럽습니다. 음, 이 질문이 저를 굉장히 부끄럽게 만드는데요, 정곡을 찔렸달까요. 직장 생활을 시작한 뒤로 시간이 없다는 핑계를 대면서 사람들과의 관계를 지속하는 것, 짚어보는 데 많이 소홀해졌더라고요. 얼마 전 다른 일로 영화를 찍었던 장소를 다시 찾았는데, 너무 미안한 거예요. 오늘 이 자리에 영화와 관련된 사람들을 부르는 것도 되게 어려웠어요. 끝내 연락하지 못한 사람들도 있고요.  


모더

조만간 미안한 마음을 전하러 다시 영화 속 장소에 방문하셔야겠네요. 여러분, 윤희경 감독님께 박수 부탁드려요. 씨네마실은 이렇게 희로애락이 공존하는 프로그램입니다(웃음).

제가 준비한 마지막 질문입니다. 감독님들 모두 오늘 소개된 영화가 첫 작품이었는데요, 영화를 만든 전과 후의 일상이 서로 다를 것 같아요. 영화를 만들기 전과 후, 인생의 무엇이 가장 크게 변했나요? 


김희자

영화를 만들기 전에는, 영화라는 건 어떤 정해진 사람들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해보니까 뭐가 만들어지는 거예요. 이제는 뭐든 시작하면 끝이 나겠지, 하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모더

자신감, 그럼 두 번째 작품도 자신 있으신가요?


김희자

네, 기대해주세요(관객 환호).


문춘희

인생은 몰라도 내 생활은 참 많이 변했죠. 영화를 만들기 전엔 집에서 애들 뒷바라지하고, 그렇게 살았는데 이런 활동들을 시작하고 나서는 뭘 해도 ‘나’를 생각하는 마음이 커졌어요.  


윤희경

 <왈리왈시>라는 다큐멘터리를 특정 사람들만 이해해도 되는, 그들과 제게만 읽혀도 되는 정도의 영상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많은 사람이 이 다큐를 가만히 봐주시는 것만으로도 무척 감사해요. 다음엔 더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순간, 감정, 사건 같은 것을 영화라는 매체로 잘 표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감사해요. 


모더

윤 감독님께서 인디하우스의 극 영화 제작 워크숍에서 촬영 감독으로 다른 작품 준비 중이라고 들었어요. 이 작품도 완성되면 이렇게 씨네마실에서 함께 보면 좋겠네요. 

마이크를 관객석으로 넘겨보도록 할게요. 질문 있으신 분 계신가요?


관객 4

김희자 감독님께서는 캠핑카를 사고 싶어 하셨는데, 캠핑카가 생긴다면 어디로 여행을 가고 싶으신지 궁금합니다.  


김희자 

옛날에 아이들하고 갔던 바닷가에 가서 추억을 되새겨보고 싶습니다. 


모더

캠핑카, 운전은 누가 하나요? 


김희자

제가 하죠.


관객 5

문춘희 감독님께 질문이 있습니다. 어떤 남자를 만나고 싶으신지요(관객 웃음)?


문춘희

죽은 신랑 다시 만나야죠, 뭐. 아이, 몰라요. 


모더

이상형은 말씀하시기 쑥스러우신가 봅니다. 답변은 메신저로 들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방금 질문해주신 분들은 ‘우리동네 우체부’ 배우(박정례, 김혜숙)로 출연하셨죠. 두 분께도 박수 부탁드립니다(관객 박수). 


모더

정말 마지막으로 감독님들, 씨네마실에 참여하신 소감 한마디씩 들려주세요. 


김희자

이렇게 와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문춘희

말이 안 나오네요. 가족 같은 분위기라 너무 좋았고요. 사실은 여기 와서 어떻게 해야 하나, 떨렸어요. 어떤 질문이 나올까 걱정도 많았고. 많은 분이 좋게 봐주셔서 잘 지나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윤희경

여기 오셔서 저희 영화를 보는 데 많은 시간을 써주셔서 너무너무 감사드립니다. 


모더

세 감독님께 박수 부탁드립니다. 또 끝까지 잘 집중해주셔서 관객분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제일 중요한 저의 마무리 멘트가 남았습니다. 곧 강릉의 황금 같은 ‘씨네마실’이 마무리된다고 합니다. 올해 마지막 씨네마실에서는 5편의 영화가 소개될 예정이고, 독립예술극장 신영에서 열립니다. 오늘처럼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여섯 번째 씨네마실 모더레이터를 맡은 사회적협동조합 누구나의 지현탁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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