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토크] 씨네마실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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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토크] 씨네마실 07

작성자 - 인디하우스

리뷰내용

씨네마실 무비토크 07



상영작 : <문지방>(장병섭), <크리스마스에 바다>(조남현), <그 사진관>(심유리), <뷰파인더>(심규동)

<초행길>(남궁연이)


일시 : 2020.11.25 (수) 19시


모더레이터: 남궁연이 감독, 장병섭 감독


녹취: 사회적협동조합 인디하우스


장소: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 








장병섭

안녕하세요, <문지방>을 연출한 장병섭입니다. 오늘 남궁연이 감독과 함께 마지막 씨네마실 무비 토크 진행을 맡았습니다. 이 자리에 시간 내서 참석해주신 감독님들, 그리고 배우님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초행길>의 김예원 배우는 성남에서 일부러 강릉으로 와주셨어요. 그럼 간단하게 자기소개부터 해볼까요?

 

남궁연이

안녕하세요, 첫 번째 상영작 <초행길> 연출한 남궁연이입니다.


심유리

<그 사진관> 연출한 심유리입니다


심규동

<뷰파인더>를 연출한 심규동입니다.


김예원

<초행길>의 주인공 ‘솔이’ 역을 맡은 김예원입니다.


신승원

안녕하세요, <문지방>에서 ‘엄마’ 역을 맡은 신승원입니다.


이재형

<문지방>에서 ‘아빠’ 역을 맡은 이재형입니다.


조남현

안녕하세요, <크리스마스에 바다>를 연출한 조남현 입니다.


장병섭

한 편의 영화가 만들어지기까지 스크린 뒤에서는 많은 사람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죠. 오늘은 영화가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중심으로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남궁연이

첫 번째 질문입니다. 영화의 출발점은 어디였나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이번 영화를 제작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심유리

감독 대부분이 그럴지 모르겠지만, 본인의 경험이 작품의 영감이 되곤 해요. 저도 <그 사진관>을 구상할 때, 힘들었던 시기를 떠올리며 시나리오를 썼어요. 주인공 ‘태리’만 볼 수 있는 가상 공간을 만들고 그 안에서 힘들었던 시기를 대면하는 과정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심규동

저는 원래 사진을 찍는데, 인디하우스의 극 영화 제작 워크숍에 참여하면서 영화를 찍는 기회를 만났어요. 어떤 이야기를 할까 고민했는데, 뭔가를 지어내서 새로 쓰는 게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남녀 간의 설렘을 느꼈던 저의 에피소드들을 모았어요. 그렇게 모인 에피소드를 토대로 시나리오로 만들었고, 여러 상황으로 남자-여자의 관계가 아니라 여자-여자의 관계로 인물 설정을 바꿔서 영화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조남현

저는 줄곧 영화를 만드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영화를 공부해왔어요. 그런데 지나온 작업을 돌이켜보니, 저 스스로에게 솔직한 작품을 한 적이 없다는 생각에 부딪히게 됐죠. 저는 스스로에게도 솔직할 수 없는 사람, 내면에 어떤 이야기를 갖고 있는지 모르는 사람인 것 같았어요. 그렇게 방황하는 시간을 보내다, 내가 나 스스로를 먼저 설득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고, 그렇게 <크리스마스에 바다>가 완성되었습니다. 


장병섭

<문지방>도 경험에서 시작됐어요. 어릴 적 경험의 파편들을 하나의 주제로 모아서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다른 분들 답변을 들어보니 영화라는 게 다양한 경험들이 녹아 만들어지는 것 같네요. 


배우분들께도 질문해볼게요. 시나리오를 받아 읽고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 캐릭터에 관해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궁금합니다. 예원 배우부터 말씀해주시겠어요?


김예원

솔이가요, 아영이한테 돈을 안 갚고 싶었던 건 아닌데 결국 못 갚았잖아요. 그런데 솔이가 멀리까지 가서 돈을 갚으려는 걸 보고 착한 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남궁연이

예원 배우는 솔이랑 비슷한 면이 있나요? 예원 배우가 촬영 현장에서 ‘저는 솔이처럼 안 그럴 것 같다’고 몇 번 얘기했잖아요?








김예원

(웃음) 그랬나요?


남궁연이

아, 그러면 - 다음 분께 마이크를 넘겨 드릴까요(관객 웃음)?


신승원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 되게 어렵다고 느꼈어요. 그동안 엄마 연기를 해본 적이 없고, 며느리가 되어본 적도 없고, 아내가 되어본 적도 없어서 엄마 역할에 수반되는 감정을 이해하는 게 어려웠어요. 또 영화에 등장하는, 일반적으로 경험하기 힘든 특수한 상황들도 어렵게 느껴졌죠. 


이재형

저도 처음 <문지방> 시나리오를 보고 어렵다고 생각했거든요. 영화 속 시점이 왔다 갔다 해서 이해하기도 좀 어려웠고요. 그렇긴 했지만 ‘이 시나리오가 영화로 만들어지면 어떤 작품일까?’하고 많이 기대하면서 촬영했습니다.  


장병섭

<문지방> 배우들께 제가 시련을 드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또 다른 지역에 계셔서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하지 못한 다른 작품의 배우분들도 함께했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남궁연이

이번엔 관객석으로 마이크를 넘겨볼게요. 하고 싶은 말씀이나 질문 있으신 분은 손을 들어주세요. 


관객 1

심규동 감독님에게 질문하고 싶습니다. 저는 <뷰파인더>를 보며 카메라의 의미를 생각했어요. 두 주인공 만나게 하지만, 한편으로는 방해하는 장치라고 생각했습니다. 영화 속 카메라에 대한 감독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심규동

카메라가 인물의 관계를 방해하는 장치로 읽힐 수 있다는 생각은 못 했어요. 오히려 내성적인 사람도  카메라 뷰파인더 안에서만큼은 자유롭게 만드는 도구라고 생각했습니다. 또 후반부에서 어깨에 매달린 카메라의 시점으로 영화를 촬영했는데요, 카메라를 또 다른 인격체로 보고 연출한 장면이에요. 제게는 카메라가 친구 같더라고요.


관객 2

다섯 편 작품 모두 제가 사는 강릉 배경이어서 계속 ‘저긴 어딜까, 내가 아는 곳이 나오네’ 하면서 영화를 봤어요. 그래서 장소 섭외를 어떻게 하셨는지 더 궁금해졌는데요, 보통 영화를 찍기 전 콘티를 만드는데, 콘티 작업과 장소 섭외 중 어떤 게 먼저였나요?


남궁연이

감독님마다 작업하는 방식이 조금씩 다를 텐데, 저는 시나리오가 어느 정도 틀이 잡히면 로케이션하러 많이 다녀요. 강릉에서 오래 살았지만 로케이션 다니다 새로 알게 된 장소도 많고요.  그렇게 돌아다니며 ‘영화에서는 이 길이 이렇게 쓰이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영화와 장소를 조합합니다. 




 





조남현

제 경우엔 좀 묘하게 콘티 작업과 로케이션이 맞물렸던 것 같아요. 인물과 그의 중심 공간을 생각해보는데, 이번 영화에서는 작은 항구가 주인공 ‘바다’의 중심 공간이었어요. 이 항구는 어느 날 아버지께서 갑자기 당신이 ‘로케이션 매니저’가 되어주시겠다며 데려가 준 곳이에요. 아버지께 선물처럼 받은 공간이죠. 마침 제가 상상하고 있던 영화 속 인물과 이 항구가 잘 맞물려서, 이곳이 하나의 축이 돼 장면의 앵글까지는 아니어도 어떤 공간 배경이 펼쳐졌어요. 이 공간을 축으로, 주변엔 어떤 공간이 있어야 할지 연결해보는 식으로, 퍼즐 맞추듯 작업했던 것 같아요. 저는 공간이 설득되지 않으면 시나리오를 쓰기 어렵더라고요. 


장병섭

저는 시나리오에 맞는 공간, 정서에 맞는 공간들을 찾으러 다녔어요. 콘티에 그 공간들이 최종 촬영지로 확정되건 안 되건 간에  그렇게 찾아다닌 공간들을 배경으로 작업했어요. 촬영 중에 로케이션이 바뀌기도 해서 콘티에 의존하기보다는 시나리오의 정서와 분위기를 더 많이 고려했던 것 같아요. 

질문 감사해요. 씨네마실 상영작들이 지역에서 만들어진 영화라 영화 속 배경지가 어떤 곳인지 많은 분이 궁금해하시고, 좋아해 주시는 것 같습니다.

남궁연이 감독님과 함께 사회를 보는 건 2년 만이네요. 저희가 강릉에서 나름 유명(?)하죠 - 어색한 진행으로(웃음). 어색하다는 데서 합은 잘 맞는 편이고요. 영화에서도 합, 감독-배우의 합, 감독-스태프의 합, 이 합이 굉장히 중요하죠. 이번 영화 촬영 현장에서 감독-스태프의 합은 어땠는지 궁금하네요. 


남궁연이

예원 배우, 어떠셨어요? 현장에서 저와 합이 잘 맞았나요?


김예원

질문을 이해 못 했어요(관객 웃음).


장병섭

네, 예원 배우는 남궁연이 감독과 함께 일하는 게 어땠어요? 


김예원

되게 친절하시고, 좋았어요.


남궁연이

끝인가요(웃음)? 다른 스태프 중 기억나는 분 있어요?


김예원

피디 님이 기억나요. 피디 님도 되게 재미있으시고 친절하셨어요.


남궁연이

다른 배우님들은 어떠셨어요?


이재형

<문지방>이 첫 영화여서 현장 자체가 너무 재밌었어요. 신기한 것도 많아서, 호기심에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하고요. 또 장병석 감독님은 촬영장 밖에서 뵈었을 땐 차분한 느낌이었는데, 영화 촬영 중에 한 번은 인상을 쓰시더라고요. 뜻대로 작업이 안 되는지, 굉장히 고민하는 표정이었고요. 이게 창작의 고통이구나, 영화를 만든다는 게 참 쉽지 않구나, 이런 걸 느꼈죠.

주인공 ‘영호’역을 맡은 태경이하고도 너무 재미있게 잘 지냈어요. 둘이 나이 차이가 20살도 더 나는데 관심사나 좋아하는 게 비슷하거든요. 야구, 소시지, 피규어… 이런 것들 이야기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죠. 좋은 합이었어요.


남궁연이

감독-배우와의 합도 궁금한데요?


조남현

저는 촬영 전 딱 한 번 배우분들 만나고서 촬영을 시작했어요. 현장에서 바로 만나다 보니까 서로 어려워하고 눈치를 본 것 같아요. 배우들이 괜찮다고 말해도 정말 괜찮은 건지 모르겠고 - 이런 데서 어려움이 있었어요. 그 외에는 배우들이 제 영화의 좋은 점을 먼저 말해주시기도 하고요.

어느 날은 촬영 중에 계획이 완전히 어그러져서 촬영을 중단하게 됐어요. 시나리오를 완전히 수정해야 하는 상황이었죠. 그때 배우들과 같이 즉흥적으로 대사를 썼는데, 응원받는 느낌을 많이 받았죠. 감독으로서, 스태프나 배우에게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지급하지 못하니까 아무래도 가능하면 스태프와 배우가 일을 덜 하는 환경으로 만들려고 애썼어요. 추우니까 차에서 대기하게 하고, 준비되면 그제야 부르고… 오히려 스태프들이, 도와줄 수 있는데 왜 혼자 감당하려고 하냐면서 답답해하기도 했고요… 네, 아무튼 그렇습니다.


심규동

<뷰파인더> 배우들은 저와 사진 작업을 한 적이 있는 모델들이었어요. 사진 작업 경험을 토대로, 한 분은 감독, 한 분은 모델 역할을 맡았죠. 재미있게 작업했습니다. 

스태프들은 워크숍에서 만난, 영화를 처음 만드는 사람들이었어요. 그래서 촬영하면서도 ‘이렇게 해볼까?’하고 자유롭게 의견을 내고 이야기할 수 있어서 속 시원한 현장이었습니다. 애초 취지가 ‘워크숍을 계기로 우리의 첫 영화를 만들어보자’는 것이어서 좋은 분위기를 유지하며 작업했어요.


심유리

저는 촬영 현장에서 무척 분주했던 기억밖에 안 나요. 머릿속도 분주하고, 실제로도 이리 뛰고, 저리 뛰고 - 영화를 처음 만드는 것이다 보니 잘 몰라서 많이 헤맸던 것 같아요. 그래도 경험 많은 배우분들이 계셔서 많이 의지가 됐어요. 한편으로는 감독으로서 주눅이 들기도 했고요. 여러모로  즐거웠던 추억이었습니다. 


남궁연이

<초행길> 촬영 당시를 생각해보면 - 주연인 예원 배우가 어리기 때문에 성인보다는 체력이나 집중력이 떨어져서 자주 쉬어야 하고 충분히 여유를 갖고 촬영을 해야 했는데, 저도 처음이다 보니 그렇게 하지 못한 것 같아요. 그런데도 우리 예원 배우가 힘든 기색 한번 내비친 적 없고….그게 마음이 아프네요(울컥). 미안해, 예원아. 


장병섭

남궁 감독님이 예원 배우에게 많이 미안하셨나 봐요.


남궁연이

네, 죄송합니다(관객 웃음). 계속 진행해주세요, 장병섭 감독님.


장병섭

이번엔 영화의 첫인상이라 할 수 있는 오프닝 씬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오프닝 씬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관객에게 각인되는 영화의 인상이 결정되는 것 같아요. 영화의 오프닝 씬을 어떻게 결정하셨는지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저는 관객의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싶어서, 주인공 ‘영호’ 가족에게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호기심을 느낄만한 장면으로 오프닝 씬을 설정했거든요.


 

심유리

주인공이 자기소개서를 열심히 쓰면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모습을 오프닝으로 구성했어요. 이 장면으로 관객들에게 <그 사진관>이 취준생의 이야기라는 걸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심규동

사진작가인 ‘윤영’은 자전거를 타며 스트레스를 푸는 캐릭터예요. 그래서 윤영이 자전거를 타는 장면을 오프닝으로 선택했고, 클로징도 자전거를 타는 장면으로 정했습니다. 


조남현

저는 주인공 ‘바다’가 학교 기숙사에서 집에 도착하기까지의 여정의 10여 개 장면으로 분절해서 시나리오를 썼어요. 그런데 편집 과정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는 구성으로 바꾸게 댔어요. 기숙사에서 나와 집으로 곧장 갈 수도 있었지만, 동생 기다린다는 핑계를 비롯해 이런저런 이유로 집에 최대한 늦게 들어가려고 하는 모습들을 오프닝 시퀀스로 풀어냈던 것 같습니다. ‘바다’는 가족과 문제가 있어서라기보다 자기 자신의 문제로 집이라는 공간을 답답하게 느끼고, 집에서 벗어나 지내던 아이예요. 그런 시간을 보낸 후 집에 돌아오는 그 순간으로 영화가 시작하면 좋겠다, 그렇게 하면 ‘바다’의 마음을 뒷받침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남궁연이

 <초행길> 오프닝 씬이 아이들이 수영장 밖에서 뛰어노는 장면이잖아요. 오프닝 씬을 구성할 때 딱히 크게 의미 부여를 하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질문을 받고서, ‘왜 <초행길>은 그 장면으로 시작돼야 했을까?’하고 생각해봤어요. 아이들은 그냥 막 뛰어노는 것, 그런 게 진짜 아이들 모습이잖아요. 술래잡기하고, 작은 것에도 크게 웃고 - 이런 순수한 모습들이요. 이렇게 뛰어노는 오프닝 씬이, 후반부에 솔이가 돈을 갚으러 갔지만 결국 갚지 못하고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장면과 감정적으로 대비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쓸쓸히 눈물을 닦으면서 집으로 돌아가는 솔이가 화면에서 멀어지잖아요. 솔이가 한 사건을 겪으며 다양한 감정을 느끼면서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오프닝 씬과 클로징 씬을 구성한 것 같습니다. . 


장병섭

이번엔 영화 속 나타나는 강릉의 계절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요. 오늘 상영된 작품들엔 강릉의 겨울과 여름이 담겨 있죠. 영화 속 등장하는 계절을 선택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지, 혹은 피치 못한 사정으로 그 계절에 영화를 찍을 수밖에 없어서 겪게 된 에피소드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조남현

<크리스마스의 바다>는 영화 속 인물이 엄청난 어려움을 겪고, 좌절이나 고난을 극복하는 이야기가  아니에요. 인물이 어떤 상실감을 안고 있는 상태로 시작해서, 상실감을 가진 이들이 위로받는 형태로 이야기가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만든 영화였어요. 이 영화를 준비할 때가 겨울이기도 했고, 크리마스마스를 계기로 영화 속 인물들이 서로에게 조금 더 좋은 가족이 되고, 다시 가족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담아보고 싶어서 영화의 계절적 배경을 겨울로 설정하게 됐습니다.







 

심규동

저는 무언가를 시도할 때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 뽑아낼 수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하는 편이에요. <뷰파인더>를 찍을 때 워크숍 작품 마감 일정 등을 고려하면 영화의 계절적 배경이 겨울일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제한된 환경에서 최선의 결과물을 도출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며 촬영했습니다. 


심유리

시나리오를 쓸 때 꼭 겨울에 촬영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인물들이 좀 더 쓸쓸하게 보였으면 했거든요. 또 겨울이란 계절이, 봄이 오기 전 지나가는 고통과 인내의 계절이기도 해서, 영화의 이야기와도 결이 맞는 것 같았어요.


남궁연이

저는 이 영화를 꼭 여름에 찍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촬영 경험이 더 많은 선생님께서 여름이 배경인 영화는 꼭 여름에 안 찍고 초가을쯤 찍어도 된다고 하셨거든요. 그런데 연출이 처음이다 보니까 ‘초가을에 여름 느낌이 날까, 정말?’ 이런 생각이 들어서 결국 여름에 촬영했죠. 촬영하면서 ‘아, 가을에 찍어도 됐겠구나’ 싶었습니다. 여름은 가을보다 구름이 많이 껴서 해가 가려질 때가 많았어요. 엔딩 씬을 석양 무렵 솔이가 학교에서 나와 돈을 돌려주지 못하고 집으로 걸어가는 장면으로 구상했고,  해가 기울면서 솔이의 그림자가 길게 표현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촬영 당시 구름이 너무 많이 껴서 그림자가 아예 보이지도 않더라고요. 게다가 스태프들과 배우들도 날씨가 너무 더워서 고생을 많이 했고요. 다음엔 봄을 배경으로 영화를 찍고 싶습니다.


장병섭

한여름에 촬영하신 배우님들은 어떠셨나요? 현장엔 대체로 에어컨도 못 트는 열악한 상황이었을 텐데요. 


김예원

스태프 분들이 선풍기 바람도 쐬어주시고, 양산도 씌워주셔서 오히려 제가 사는 곳보다 덥지 않았어요 (관객 웃음).


장병섭

다른 배우님들은 어떠셨어요? 강릉의 여름 촬영 현장, 어떠셨나요? 


신승원

이마리오 감독님이 쏘신 아이스 커피가 정말 꿀맛이었습니다. 너무 더웠는데, 어떻게 딱 알고 오셨어요. 덕분에 저는 <문지방> 촬영 현장을 시원한 커피 맛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재형

촬영을 한여름에 해서 정말 더웠죠. 게다가 제가 받은 역할이 몸져누운 환자라서 두꺼운 이불을 덮고 누워 있어야 했어요. 그 더운 날에도 추위를 느끼는 설정이라, 고생했던 기억이 납니다.


장병섭 

네, 바로 제가 그 무더운 여름에 배우님께 두꺼운 겨울 이불을 뒤집어씌운 사람입니다... 죄송한 마음이 큽니다(관객 웃음). 

슬슬 마무리해볼까요? 오늘 무비 토크에 참여하신 감독, 배우 여러분께 소감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심유리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인데도 극장에 찾아와주신 관객 여러분께 감사드려요. 단편 영화는 영화제에 선정되지 않는 한 관객과 만날 기회가 흔치 않거든요. 앞으로도 지역에서 만들어진 영화에 관심 가져주시고 응원해주셨으면 해요. 


심규동

긴 시간 함께해주신 관객분들께 감사드려요. 이렇게 무대에 나와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참 소중하더라고요. 제겐 영화를 찍는다는 게, 마치 ‘하늘을 날고 싶다’는 마음처럼 굉장히 막연한 꿈이었거든요. 그런데 우연한 기회로 영화를 만들었고, 그 영화로 상영회를 열고, 이렇게 GV 무대에 서는 기회까지 생겼네요. 이런 경험을 해보니, 앞으로 더 진지하게 영화를 만들고 싶고, 더 제대로 찍어 보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김예원

강릉에 올 때 그냥 ‘와, 신난다’하고만 생각했는데, 상영회에서 다른 영화들도 보고 다른 분들과 이야기도 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신승원

이 영화를 찍기 전엔 연극 무대에 섰었는데, 영화와 연극은 상당히 다르더라고요. 찍을 때도 그렇고, 찍고 나서도 그렇고요. 시나리오를 읽고 연기를 하는 중에도 어떤 완성작이 나올까 굉장히 궁금했는데, 오늘  <문지방>과 다른 작품들을 보니 ‘오! 괜찮은데? 멋있는데?’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앞으로 영화계에서 계속 작업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달까요. 내년에도 좋은 작품들이 나오고, 많은 사람과 같이 작업을 할 기회가 생기고, 함께 영화를 보고 이야기 나눌 자리가 마련되면 좋겠습니다. 


이재형

이렇게 씨네마실에 참여해보니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지역 영화가) 훨씬 더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어요. 하지만 씨네마실이 앞으로 좀 더 활발하게 홍보가 되면 좋겠네요. 그래서 더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씨네마실엔 저도 관객으로 꼭 참여할게요. 감사합니다.


조남현

저는 2018년에 처음 영화를 만들었어요. 개인적인 감정을 담은 영화를 만들고 싶었는데, 어떤 게으름 때문에 계속 들여다보지 않고 있었어요.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야 <크리스마스에 바다>를 보여드릴 수 있었는데요, 이 영화를 만들고 난 뒤에 코로나19 사태가 터졌고, 계속 시간이 흐르면서 영화제에 출품하는 것도 애매해졌어요. 그래서 이 영화가 관객들을 만날 수 있을지 막연한 의문도 들었고요. 그런 상황에서 인디하우스가 지역 영화들과 관객을 만나게 하는 ‘씨네마실’이란 기회를 제공해줘서, 무척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장병섭·남궁연이

오늘 씨네마실에 참여해주신 감독님과 배우님들, 관객 여러분, 모두 감사합니다(관객 박수). 씨네마실은 내년에도 계속될 예정이니, 내년에도 많이 많이 찾아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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